do

 인간이 세상에 등장해 최소한의 사회적 조직을 이루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기호를 사용한 활동을 통해 그 구성원들과 소통과 교류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주류적 메커니즘이 생성되고, 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순간마다 안티테제로 등장한 개혁적이고 전위적인 목소리들은 사회적 시스템을 보다 형이상학적인 단계로 진입시키고자 하는 우리들의 몸부림을 증명해주는 역사적 유물로 남겨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소통을 위해서는 추상적인 것을 어떠한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언어, 문자, 이미지, 소리와 같은 기호를 통해 본질적인 실체로서 재현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분할은 역사적으로 사회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재현체계의 중요한 기반이다. 단일성, 통일성, 안정성을 중심으로 합리적 이성에 근거하는 재현체계의 시스템은 모더니즘 이후 발생하는 예술적 산물과 관찰자 사이에 제한된 소통과 교류만을 허용하는 단절을 제공한다. 전시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벽은 이러한 단절의 상징적 존재물이다.

 단절의 벽을 넘어선 곳에는 작가의 공간이 펼쳐지고 있다. 이 공간에서 작가(행위자)는 사적 영역의 인식에 있는 단상을 분리하고, 해체된 시각 이미지로 이루어진 기호의 선택적 재조합(콜라주 기법)을 통해, 자전적 연대기를 즉흥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가장 최소한의 형식만을 남겨둔 채 구조물을 해체해, 그 파편들을 자유롭게 조합해 재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매스 미디어의 범람과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져 버린 현대 사회의 가속화된 재현체계는 고전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는 자기 자신이 의도하는 추상적 실체와 동일시되는 단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소통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